오골계에 대해 이렇게 많은 정보를 가진 분이 계시다니 반갑고,
놀랍습니다.
우선 좋은 정보를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저는 연산오골계에 대해서 밖에 잘 모릅니다만,
제 선친께서 물려주신 고서나 논문들, 그리고 책 등을 보아도
속 시원하게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논리, 주장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논문이나 책들은 대부분 제 선친을
인터뷰한 내용과 저희 집에서 분양받아 간 오골계로 실험한 결과들을
수록한 것이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기사들도 이들을 재인용한 것이 많구요.
저는 신라오골계, 황실오골계란 말을 처음 들어봅니다.
천연기념물 135호로 지정됐다 해제된 대라리 오골계가
현재 일본에서 많이 기르고 있는 실크오골계와 같은 종이라는
사실만 문화재청 관계자들로부터 확인했을 뿐입니다.
선생님 주장이 사실이라면
황실오골계를 추적해서 되살리는 작업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황실오골계의 특징 중 "발가락수가 4개 혹은 5개,
다리에 잔털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은 개체변이라기
보다는 혈통이 많이 훼손되어 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어떤 것이 본래 모습인지 고증하여 혈통을 고정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발가락 수의 경우 사람의 손가락이나 발가락처럼 형태적으로
이상없이 5개인 경우 본래 5개인 것이고, 이미 나 있는 발가락에서
나무가지 치듯이 난 발가락은 변종 혹은 교잡종이라고 보시면
틀림없습니다.
북한 오골계에 대해서는 저도 관심이 많아서 좀 찾아보았습니다.
몇년전 당시 안기부에서 소장하고 있던 비디오테이프를 구해서
본 적이 있는데,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검은 닭을 기릅시다"는 내용의 캠페인 광고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오골계를 우리 말인 '검은 닭'이라고 부릅니다.)
그 검은 닭이 외형상으로는 연산오골계와 거의 같았습니다.
닭을 클로즈 업한 장면이 없어서 눈색깔이나 발가락 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동네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먹이를 찾아먹고,
초가지붕 위에 올라가 힘차게 우는 모습이며,
주인이 소리치니까 나무 위에서 날아내려와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 등이
우리 오골계와 전혀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오골계 근친교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오골계를 들여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제 선친 때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사단법인 재래닭보존회 오봉국 회장(전 서울대 교수)께
자문을 구해 보았습니다.
오회장께서는 "북한에서 체계적으로 種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근친교배하는 편이 안전하다"며 "북한에서 종관리를 했을 것
같진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후 신문사 선배가 북한에 취재갈 일이 생겨서
특별히 부탁을 해보았습니다만, 아시다시피 북한에서 자유롭게 나다니며
취재를 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취재원이었던 북한의 당국자에게
물어보았더니 오골계의 존재 자체도 모르더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선배 말이 평양도 대도시이니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면
그럴만도 할 거라고 했습니다.
이후로는 더 알아보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일반인 탈북자들도 많으니
맘먹고 알아보면 길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황실오골계 뿐만 아니라 우리 재래닭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거의 멸종된 실정입니다.
단원, 겸재 선생의 그림에 나오는 그 아름다운 닭들 말입니다.
뜻있는 분들이 나서서 힘을 모으고 정부에 건의를 해서
우리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하루빨리 보존, 복원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