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업의 그림 중 맨드라미와 수탉 그림을 읽어볼까요? 맨드라미는 생긴 모양이 닭벼슬 같대서 닭벼슬꽃, 즉 계관화(鷄冠花)라고 합니다. 두 그림 모두 위치만 바뀌었을 뿐 닭과 맨드라미가 아래 위로 그려져 있습니다. 수탉이 등장하는 그림은 꼭 이 닭벼슬꽃이 나옵니다. 이런 그림을 관상가관도(官上加官圖)라고 하지요. 벼슬 위에 벼슬이 있으니까, 계속해서 승진하여 출세하라는 축원을 담은 것입니다.
또 위 그림은 닭이 바위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실상대길(室上大吉)이 됩니다. 바위 위는 석상(석상)인데 발음이 실상(실상)과 같고, 장닭은 대계(대계)인데, 그 발음이 중국음으로 대길(대길)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실상대길은 집안에 크게 길한 일이 많았으면 하는 것이 되지요. 그러니까 위쪽 그림은 관상가관에다 실상대길을 보탠 것이 되었군요. “벼슬길 승승장구하고 집안에도 좋은 일만 생기십시오” 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 아래 쪽 그림을 자세히 보십시오. 암탉이 바위 틈새에서 무언가를 보고 달려가고 있군요. 수탉은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립니다. 자세히 보면 바위 틈새에 방아깨비 한 마리가 매달려 있습니다. 암탉이 내닫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방아깨비는 중국의 고전인 《시경》에 “자손이 아주 많은 것을 뜻한다(子孫衆多也)”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방아깨비는 한번에 알을 81개씩 낳는다나요. 그러니까 그림 속의 방아깨비는 자식 많이 낳으란 뜻입니다.
그 아래엔 여뀌 풀이 보이고, 또 그 속에 살짝 가려진 순무, 즉 무청(蕪菁)도 보이는군요. 여뀌는 한자로 료(蓼)인데 마친다는 뜻의 료(了)와 발음이 같아 벼슬길을 아무 탈 없이 마치고 요즘말로 정년퇴임하는 것을 말합니다. 초충화훼도 속에 무청은 아주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요것의 의미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바위틈에는 맨드라미 말고 구절초도 피어있군요. 국화 계열의 꽃은 항상 장수를 상징합니다. 옛날 중국의 유명한 장수촌이 있었는데 그 마을 사람들이 국화밭 옆의 샘물을 먹어 오래산다고 한 이야기가 있은 뒤로 그리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래쪽 그림을 하나의 문장으로 풀면 이렇게 됩니다. “부부(암탉 수탉)가 자식 많이 낳고(방아깨비), 복많이 받아(순무?), 벼슬길에 승진을 거듭하시다가(장닭과 맨드라미), 벼슬을 무사히 마치시고(여뀌), 오래오래 사시기를(국화, 바위) 축원드립니다.” 어때요! 근사하지 않습니까? 한 장 그림 속에도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