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녀석들은 왜 알을 안 품어서
친정에미를 애태우는지 모르겠네요.
저희 농장에 있는 녀석들은 시도 때도 없이 품어서
귀찮아 죽겠는데 말이지요.
이런 날씨에도 알을 품고 앉아 있는 녀석들이 있답니다.
녀석을 들춰보면 깃털과 알이 온통 땀에 젖어서 흥건하지요.
암튼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
'100년만의...'라는 수식어로 시작하는 재앙들이 왜 그리 많은지.
그러잖아도 100년만의 무더위가 찾아올 거라는
위협적인 소식에 잔뜩 긴장해 있습니다.
저희 농장에 더위를 식혀줄 아무런 시설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닭들이 그 더위를 고스란히 이겨내야 할 상황이거든요.
올 해 예산에 심야보일러 1동을 설치하기로 되어 있는데
그 예산을 환풍시설로 전용하는 문제로 요즘 무척 바쁩니다.
왜 아시잖아요? 절차 밟다가 지레 죽겠는 거...
시청-도청-문화재청을 내 집처럼 들락거려야 하기 때문에
심신이 무척 고단하지요. 구두 승인은 받았고 이제 필요한 서류를 갖춰
제출해야 합니다.
한 고비 넘겼구나 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어요.
계사 6개동과 사료사, 모두 7개동에 강제환기 시설을 하려다보니
이젠 계약전력이 모자란다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계사를 지을 때 전기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이 계사에서 저 계사로 전기를 멋대로 끌어다 쓰는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누전으로 인한 화재위험이 '매우' 높다고 하네요.
전기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환기시설을 한다 해도
제대로 가동될 지 의문인 상황이지요.
어제 '전기안전공사'의 정밀진단을 받았는데
이 결과보고서를 들고 또 시청으로, 도청으로, 문화재청으로 뛰어다녀야
할 판입니다.
요즘 일교차가 심해서 병아리들 관리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온도조절 장치가 없어서 창문을 개폐하는 것으로 온도조절을 해야 하니
하루에도 최소 여섯 번은 올라가봐야 합니다.
밤에는 보온등을 켜 줘야 하고, 아침에는 창문 두개만 약간씩,
오전에는 창문 네 개를 반쯤, 점심 먹기 전에는 네 개의 창문을 활짝,
점심 먹은 후에는 출입문을 활짝... 이런 식입니다.
어제는 오전에 시청갔다 오느라 조금 늦게 올라갔더니
생후 20일된 병아리들이 동료 병아리 한 마리를 집중 공격해서
양쪽 발가락 네개씩을 모두 쪼아 놓았지 뭡니까.
하얀 환자복 갈아 입고
잘 가꿔진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병실에 누워
링거나 꽂고 한 숨 푹 잤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