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뎌 현미잡곡밥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제가 원래 아침은 거의 먹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현미잡곡밥에 대한 기대 때문에 아침 일찍 엄마 집으로 갔습니다.
쌀을 1시간 정도 불려야 한다길래 쌀을 담가놓으려 부지런을 떨었더니
어머니께서 이미 밥을 앉히신 뒤였습니다.
쿠쿠 압력 전기밥솥의 딸랑이가 쿠쿠~ 쿠쿠~ 하며 신나게 돌아가고 있더군요.
어머니도 생전 처음 해보는 레시피에 긴장이 되시는지
"(백미 같으면) 밥 될 때가 넘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시며
밥솥 주위를 서성대십니다.
딸랑이만 쳐다보고 있자니 조바심이 나서
엄마한테 "밥 다 되면 전화하시라" 고 부탁하고 농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충 사무실 일을 처리하고 다시 엄마 집으로 갔습니다.
개.봉.박.두!
쨔~잔~ 하고 밥솥을 열었더니... 이게 웬 죽.
현미잡곡밥 대신 현미잡곡죽이 질펀하게 누워 헤죽 웃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현미가 백미보다 물을 더 먹는 줄 알았다고 하십니다.
(어제 이 선생님 사모님께서 몇 번을 반복해서 알려 주시더만...)
어쨌거나 죽을 일 백번 씹을 방도는 없더군요.
대강 한 삼십번씩 저작해서 한 공기를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구수하고 맛있었습니다.
엄마가 오늘 저녁 분까지 한꺼번에 해 놓으셔서
오늘 저녁에도 현미잡곡죽을 먹어야 합니다.
내일 아침엔 제대로 된 현미잡곡밥을 먹을 수 있을런지...
- 남의 고통과 나의 고통의 크기를 재 보아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아는 저는 참 바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