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강의와
통감절요(通鑑節要)라는 중국 역사책을 보며
호정농원에서 보내준 발효茶를 마십니다
세 작
더 이상 우려낼 게 없다
물갈이 몇 번 모든 향기가 사라진다
오늘도 후줄근하게 행궈져 잠을 청한다
꿈이라도 쥐워짜낼 수 있을지 몰라
연거푸 물 먹고 허우적거리는 내게서
차츰 빠져나가는 지난날의 향기들
바짝바짝 우려내는 마른날의 향기들
내게서 멀리 떠나갔지만 이젠
너무 가까이 와버린 쓸쓸한 무취
아무 맛도 없는
퉁퉁 불은 몸뚱이를 뜯어먹힐 수밖에
그래도 주전자 속을 두둥실 떠다니며
더 이상 줄 게 없는 내 향기 살던 방에
마지막으로 한차례의 뜨거운 폭포 같은 물을 쏟아주오
희미한 너무도 희미한 살맛 찾아오르게
*윤의섭,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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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 날리던 지난 봄부터
내 손에 뜯기우고, 내 손에 눌리우고,
내 코로, 입으로, 그리고 내가 되어버린 너를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