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쫒겨가는 첫새벽의 닭울음소리를 일찍 듣지못하고 늦잠에서 깨어 시작한
칠월부터 년말까지 반년동안 12,800km, 삼만리를 넘는 여정을 마치려한다.
오골이해에서 삽살이해로 넘어가는 세월의 순환은 대자연의 섭리다. 烏.사.모를 진작 만들지 못함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느 어머니도 다 그렇듯이 당신의 뼈를 녹이며 산고의 괴로움을 참으시고 낳은 아들의
생일이라고 이 추위에 오신다니 일정을 앞당겨 여정을 끝내야겠다.
경북의 시베리아 현동, 그 깊은 산골에 최고학부를 나와 사회생활의 화려함을 뒤로한채
귀농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지난 추석에 경운기 피댓줄에 종아리가 감겨 대수술을 한 상처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병원측 얘기로는 이제 새살이 돋아나오는 연유로 일년여를 기다려야한단다.
내가 보기에는 이미 화농이 시작되고 있음이 틀림없는데도 말이다.
횡성의 인삼 재배농가에서 선물로 받은 귀한 홍삼추출액 한박스를 건내며 조혈에 힘쓸것과
현미잡곡밥 먹기를 게을리하지말 것을 당부한뒤 주요 혈자리를 두번째 사혈했다.수술이후
아문 상처부위는 흡사 소나무 껍질마냥 딱딱했고 듬성듬성 털도 있었고 고열이 한창이었다.
이런 몸을 해가지고 어떻게 농사를 지었다는 말인가?
너무 바빠서 아플 틈도 없었단다. 이것이 농촌에서 누구나 겪는 현실이라고...
일주일이지나 한번더 치료를 해야겠기에 전화를 했더니 농사하는 사람들 모임이 대구에서
행사가 있는 관계로 해질녘 전에 갔다가 내일 새벽녘이 되어서야 돌아온단다.
그녀의 심장은 강철같고 다리는 무쇠 다리인가보다.
'선생님 죄송해서 어떻게해요, 이제는 상처부위가 아래위 말랑말랑하고 열도 내리고 가슴도
시원하고 견딜만 하답니다.고맙습니다'
보다 좋은 먹거리를 짓는 농부의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우리 가족이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농심을 키우는 일이다. 어머니 젖내음 풍기는 고향의 흙과 환자의 피를 찾아다니는 나는
어둠에서 활동하는 드라큐라 백작의 사돈팔촌쯤 되는가보다.
새해는 모든 싸이트에서 내 이름과 사혈이라는 단어를 나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둠에서 일하고 태양을 지향하고픈 속 좁은 마음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