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01/07, Hit : 7829
제목    이 세상이 황금으로 되어 있다면...
작성자   심인제



이 세상이 황금으로 되어 있다면...

좀 오래된 이야기다.
내가 중학생 시절에는 영화를 아주 좋아했다.
그것도 미국의 西部 영화다.
절대적인 惡은 인디언이고, 절대 善은 피부가 하얀 미국인이거나 아니면 기병대 였다.
당시 나의 우상은 게리 쿠퍼와 로버트 테일러, 리차드 위드마크 였다.

말없는 장신의 신사 게리 쿠퍼도 좋았고, 장 동건을 뺨치는 미모의 로버트 테일러도 좋았다.
그러나 나는 잘 생기지도, 신사 같지도 않은 평범한 리차드 위드마크가 제일 좋았다.
그는 그냥 좋기만한 외삼촌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배우였다.

그가 주연한 영화를 소개한다.
한국명으로" 惡의 花園"( 영어의 원제는 모름)이다.
여장부인 제인 럿셀과 리차드 위드마크가 주연이다.

영화의 내용은 광산업을 하는 제인 럿셀의 남편이 광산에서 인디언들에게 포위 당한다.
남편을 구출 할려고 제인 럿셀은 총잡이들은 고용한다. .
그 총잡이중 한 사람이 리차드 위드마크이다.

총잡이들은 용감히 인디언들의 포위망을 뚫고, 광산주를 구출하여 그곳을 탈출한다.
그 지형이 아마 울진에서 영주쪽으로 뚫린길 즉 불영계곡의 길 비슷한 말 한두필이
동시에 통과 할수 있는 정도의 폭을 가진 길이다.

여장부 제인 럿셀 부부는 선두에서 탈출하고, 총잡이들은 뒤에서 추격하는 인디안들의
공격을 막아 내면서 그곳을 빠져 나온다.
그 과정에서 고용된 백인 명사수 총잡이들이 하나, 둘 인디안의 화살과 총 앞에서 죽어간다.

거의 탈출이 성공할 즈음에는 제인 럿셀 부부와 리차드 위드마크만 살아 남는다.
백퍼센트 안전 지대를 눈 앞에 두고 용감한 리차드 위드마크는 인디안이 쏜 화살을
등에 맞고 말에서 떨어진다.

이때 이광경을 목격한 제인 럿셀 부부가 멈추어서자 리차드 위드마크가 말한다.
"당신들이 가진 싵탄을 나에게 좀 달라." 내가 이곳에서 인디안들의 공격을 막을 테니
당신들은 빨리 이곳을 떠나라"
럿셀 부부는 그에게 실탄을 넘겨주고 말 머리를 돌려 안전 지대로 탈출한다.

멀리 아름다운 석양 속에 말 타고 달리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것을 바라보든 리처드 위드마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아주 인상 깊은 말을
혼자 중얼거린다.

"이 세상이 황금으로 되어있다면 인간들은 한줌의 흙에다 목숨을 걸 것이다.
오늘의 저 아름다운 석양은 나와 함께 질 것이다.

안전지대로 탈출한 제인 럿셀 부부는 멀리서 간혹 들리는 장총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더 이상의 총소리는 들리지 않고...

붉게물든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아주 조그맣게 말탄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다.

이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나는 때때로 리챠드 위드마크가 한말을 중얼거린다.
"이 세상이 황금으로 되어있다면, 나 역시 한 줌의 흙에다 목숨을 걸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고, 어쩌면 너무 바보스럽기도 하고...
그렇고 그런 삶의 연속 속에서 나는 나의 석양을 머리에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