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상들께서 '마음의병'이란 말을 사용하신 뜻은 단순히 사람의 마음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서 비유로 쓴 것이 아니고, 실제로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기가 움직이게
되어 균형을 잃은 상태로 된다는 것을 적절하게 표현하신 것이다. 남의 돈을 공짜로
갖고 싶어하는 마음을 품으면 기가 간 근처로 몰리면서 간덩이가 부어 버린다든지,
올바른 일에 대해서도 외면하는 마음 상태가 되면 기도 담(쓸개)을 외면하게 되어
쓸개 빠진 놈처럼 되어버린다. 바로 마음에 따라 기의 분할이 바뀌면서 몸에
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계신 허준 선생이 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치료한 독특한 일화가 있다. 허준 선생이 말단직의 공무원으로
의원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금을 말하면 장관급의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이
큰 병에 걸려 꼼짝 못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병은 지나치게 많이 먹어 살이 너무
찌다 보니 온몸의 기의 순환이 막혀버린 '기가 막히는' 병이었다.
부정한 돈에서부터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욕심나는 대로 소유하려는
그 마음의 결과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태음병이라는 중병에 걸리게된 것이었다.
중국의 명의를 초빙해 진찰해 보아도 치료 방법이 없고, 유명하다는 의사는 전부
모셔다 치료를 받아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환자의 마음엔
들지 않지만 그래도 유능하다고 소문이난 말단직 허준을 부르기로 하였다.
비서들이 허준 선생에게 환자의 처소로 와 줄 것을 부탁했지만 허준 선생은 꼼짝도
않고 "아니, 아픈 사람이 와서 치료를 받아야지, 왜 의원을 오라 가라 하느냐!"하고
호통을 쳐서 돌려 보냈다. 이 얘기를 들은 환자는, 천민 주제에 감히 자신을 오라
가라 한다며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상태로 뒤뚱거리며 허준 선생을 찾아갔다.
환자가 들어서는 순간 허준 선생은 환자의 따귀를 사정없이 올려쳤다. 환자는 매를
맞는 순간 화가 뻗쳐서 온 천지를 진동킬 정도였다. 생각해 보라. 일국의 재상이
천민에게 오라 가라 홀대받으며 따귀까지 맞았으니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그 순간
뿌지직 벼락 같은 기가 뻗치면서 환자의 몸이 자연스럽게 치료되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허준 선생이 공손하게 말하였다.
"대감님의 상태는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제가 일부러 화를 돋우어 마음을
이용하여 치료하였던 것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마음으로 일으킨 불덩어리가
확산되면서 온몸에 막혀 있던 기혈을 뚫어버린 것이다. 바로 마음으로 기를 막히게
하고, 기가 끊어지게도 하고, 기가 소통하게도 하는 원리를 허준 선생은 적절히
이용하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