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몸은 오슬오슬 춥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잘 세탁해서 개켜 넣은 겨울 옷을 도로 꺼내 입었습니다.
엊저녁 TV에서 우연히 동물학대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어찌나 참혹하던지... 잠을 설쳤어요.
KBS 환경스페셜 '모피동물의 죽음'이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아무런 잘못도 없이...모피를 얻으려는 비정한 인간들에 의해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의 슬프디 슬픈 눈망울이 하루 종일 뇌리를 떠나지 않아 괴로웠습니다.
사람이란 동물이 어찌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는지 몸서리가 쳐집니다.
맨 정신으로는 차마...볼 수가 없어... 채널을 다른 데로 돌려야지...돌려야지... 하면서도
자리에 얼어붙은 듯 손을 뻗쳐 리모컨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방송이 끝나고서도 한참동안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답니다.
이럴 순 없어...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순 없어... 아니야, 아니야...
나같은 사람이야 돈도 없고, 허영심도 없고, 또 필요도 없어서 모피코트 사 입을 일 없겠지만
그 코트를 만들기 위해 동물들에게 어떤 희생이 강요됐는지를 안 이상
그저 몸에 한 번 걸쳐보는 일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누구라도 그럴 거예요.
예전에 신문사 국제부에 있을 때 모피 옷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알몸 시위를 벌이는 외신사진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지면에는 그저 눈요깃감 정도인 해외토픽 사진으로밖에 반영되지 않았지요.
"차라리 얼어 죽을지언정 동물들의 참혹한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모피 옷은 입지 않겠다"는
캠페이너들의 절박한 호소가, 그 땐 들리지 않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