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할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할수 없다.
산다는것은 외로운것.
누구나 다른이를 알지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이다......(헤세 "안개")
선배님....
안개라는 헤세의 시가 생각나는 고요한 새벽입니다.
창밖으로 흐르는 적막한 밤의 침묵과 어우러진 희뿌연 안개가
소리없는 파도처럼 제 맘 속으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이 순간에는...
한낮에 컴앞에서 벌어진 숫자와의 다툼들도 잠시 부질없는 일이 되고
허락된 시간이 남아있는 우주 한켠의 나그네로 아직 이곳에 "살아있음"이
무엇보다 소중한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랍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일상의 소음에 귀멀고 눈먼 저이지만
때로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지금 이순간"의 섬칫한 느낌으로
얼음처럼 차갑게 깨어날때가 있습니다.
세상 이치를 "논리"란 잣대로 풀어보고자 했던 지난 시간들...
치열하게 생각하고 추구했지만 저의 손은 언제나 빈손이였고
끝없이 걷고 또 걸었지만 제가 선곳을 돌아다보면
언제나 처음 출발한 그자리에 되돌아가 있었습니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혹은 다람쥐 쳇바퀴 돌림.
온갖 논리로 투쟁을 해 본 후에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창 밖으로 흐드러지게 핀 안개꽃 하나 마져도
논리라는 핀셋으로 집어낼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오늘처럼 안개꽃이 밤하늘에 가득 피는 날이면
저처럼 우둔한 사람에게도 세월은 약간의 현명을 가르키게 마련인지
생각은 저절로 침묵에 자리를 양보하고
저는 "지금 이 순간"에 안개가 되었다가, 바람이 되고
또 더러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유랑하는 새벽 나그네가 되기도 한답니다.
선배님.
오늘 다른 일로 여쭐것이 있었는데(건강관련) 안개 자욱한 창밖을 바라보다
정작 해야할 말은 못드렸군요.
동호회에서 퇴출 되어 이젠 정말 완전 홀로서기가 되어버렸네요.^^*
게시판에서 늘 뵙던 선배님을 못뵙게 되어서 허전하구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선배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다시 멜 드리겠습니다.
내일 하루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