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05/05, Hit : 7481
제목    후배에게서 온 편지(3) 황혼 이혼
작성자   이선




가끔 메스컴에 황혼이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해도
그냥 남의 일이거니 하면서 심드렁 했는데
친한 친구들 모임에서 2명이나 올해 이혼을 하고 말았다

한달에 한번씩 30년 가까운 우정을 쌓은 9 명 정도 되는 모임에서 갑자기 생긴 일이다

한친구는 평소 조금 욕심이 과한 친구였다
집과 자동차는 말할것도 없고 자녀들 공부에도 누구에게 지고는 못배기는 성격이라
모처럼 만나는 자리에서도 좌중을 휘어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였다

그래도 친구의 바램대로 아파트도 예전 분양이 잘 안되던 시절
올림픽 아파트란 곳에 입주한것이
호시절을 만나 평수도 아마 70평을 훌쩍 넘는다고 하니 제법 돈이 되는 모양이었다

마음 좋은 남편에 보태여 아들도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서
대원 외국어 고등학교란 특목교에 진학을 했다

세상이 공평치 못한지 재물에 남편복에 자식복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는 구색을 갖춘 그녀가 모임에 한번 납시면 입구부터 떠들석 했다

겨울에 만날때만 해도 몇년전 밍크가 촌스러워서
새로산 회색 밍크코트가 반코트 스타일로 주름을 조글조글
넣어서 날아갈듯이 날개옷을 입고 등장한 그녀를 보면 내심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했다

친구들 중에서 남편이 동두천에서 다 늦게 신학을 전공하고
조그만 교회 강도사란 직업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리면서
늦둥이 막내가 아직 초등학교를 다니는 삼남매를 둔 친구도 있다

부자 친구의 팥알 만한 다이아 반지가 눈이 부시게 메니큐어 칠을 한 손에 걸린 반대편에
가난한 친구의 힘줄이 파랗게 드러난 거친손에서 돼지갈비가 힘겹게 수저에 올려졌다

만년 승승장구 할것만 같고 그 고귀한 손에 평생 걸래한번 안 만져 볼것 같던
그집에 이혼이 찾아왔다
그 자랑거리 아들이 그만 서울대에 낙방을 하고만것이 이혼의 빌미 였다

그동안 남편의 수입 육가공 사업이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아들의 소식은 그 친구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는지
친구의 자존심이 그만 상당한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대학이 서울대 뿐인지 아니면 죽어도 가야한다면 재수라도 하면 될텐데
주위에 한 자랑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큰아들과 더불어 둘째 아들까지 데리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상황에서
기러기아빠가 된 남편의 예고된 바람은 이혼의 전주곡이었다
이런걸 자충수라고 해야하나?
참으로 어리석기 찍이 없는 일이다

본인의 변명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으나 내심 친구의 경솔함이 화를 자초하고 만것이다
사업이 망했다고 하나 그래도 부자가 삼년은 간다고
아직 아파트를 처분하고 먹고 살만 하다니 불행중 다행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또다른 친구가 문제다
남편이 건축계통 일을 하다 여의치 않자
남의 회사에 봉급생활자로 몇년째 다니는 평범한 가정이다

앞의 친구와 다르게 수더분한 성격에
참으로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로 나와는 더욱 가깝다

그집은 평소 남편의 술주사가 항상 분쟁의 소지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결혼해서 25년이 넘어도 그놈의 술은 줄기는 커녕 더욱 늘어나고
욕설도 점점 발전해서 이제는 자녀가 둘댜 대햑에 재학중인데도
상스러운 소리가 태연히 집안에 울리곤 했다

가끔 힘겨운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내귀에 울리면
난들 뾰족한 대책을 낼수가 없고
어느날 마침내 참고 참았던 소리가 친구의 입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우리 갈라서자!!!

원당에 살고 있는 친구가 아파트 가격을 알아보니 3억이라고 했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지 친정 동생들 둘이 조금 넉넉한지 이자 없이 1억 5천을 꾸어서
남편손에 쥐어주고 덜컥 이혼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부터 번쩍 정신이 든 모양이다
나는 이혼도장을 찍으면 그날로 이혼인줄 알았더니 구청에 신고를 해야 이혼이 성립된다네...

친구의 설마하는 마음과 다르게 집을 나간 남편이 정확히 10일이 경과하자
망서림없이 구청에 서류를 접수시키고
서로 나눈돈으로 17평 원룸 오피스텔을 당장 구입했다
남편이 고시원같은곳서 궁색한 출발로 생각한 친구의 오산이었다

허기는 직장이 있는 성인 남자가 설마 혼자 몸뚱아리 건사를 못하랴?
친구의 집나가면 니가 고생이지 ?
하는 바람도 물거품이 되고 남편의 씩씩함은 단 며칠도 아까운듯 속도가 붙고
친구는 더불어 황당한 모양이었다

헤어질때 아이들 대학 마칠때 까지 월급의 반을 준다던 약속도
달랑 두달동안 한달에 50만원 정도 부쳐 주더니 그마저도 끊어졌다

그 상황에서 나한테 연락이 온것이니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아니 자식이 있는데 어쩌면 이럴수가 있는냐는
철모르는 친구의 눈물 바람을 묵묵히 들어주는걸로 대신할뿐이었다

이혼을 먼저 요구한 친구가
이미 다 커버린 자식들에 대해서 양육비 청구도 할수 없고
미리 양육비에 대해서 서로 법적책임 소재도 거론한적이 없었다
또 천식으로 건강도 형편없는 친구가 할일도 마땅한것이 없었다

생활비를 요구하는 친구의 전화에 남편의 차가운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이제 당신도 정신차리고 나가서 돈벌어!!!!!
내가 이몸으로 무슨 돈을 버냐고?
나쁜인간이라고 공허한 말만 늘어 놓는 친구에게
같이 울어주는 위로 말고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가끔 세상을 자신의 시야에 국한시킨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더한것 같다

내가 옳다고 느끼면 앞뒤 따져볼 생각도 없이 덜컥 일부터 저지르는 경향이 심하다
누군가 훌륭하다 라고 치켜 세우면 모두가 그쪽으로 쏠린다

그러면 그사람의 단점은 애써 감추어 지고 장점만 성급히 부각되고 만다
세상에는 위대한 사람에게도 단점이 너무도 많고
또 우리가 알고 있는것 보다 인간적인 실수도 무수히 많이 했을것이다

그러나 남겨진 우리가 알수 있는일은 세상에 크게 부각된 일뿐이다
또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인간에게도
요즈음 새롭게 시도 되는 역사 재조명이랄까 그런일도 빈번하다

이성계와 원균과의 관계나 세종대왕에 대한 재조명
특히 사도세자와 광해군에 대한 왜곡된 역사가 도마위에 오르곤한다

그중 흥미 있는 분야가 있어 한토막 소개하면
우리가 그리도 존경하는 신사임당이 과연 그런 현모양처일까 궁금해진다
대부분 지금도 현모야 흔한세상이지만 그리 양처 였을까 ?

강릉과 서울이 변변한 교통수단도 없이 먼거리인데도
홀어머니 핑게를 대고 그 먼길을 자주 집을 비우면서
친정에 몇년씩 머무른 것만 봐도 정상은 아닌듯 하다

평소 신사임당은 자신의 학식이나 예술성이 빛을 못보는것에 무척 분개했다고한다
그 분풀이로 임종직전에
남편에게 절대 재혼하지 말기를 신신당부했다는 대목에서는
조금 어이가 없고 평소 존경하는 이미지와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다

내가 특이한 성격이라서 누구를 깎아 내려야 속이 시원한 성격때문도 아니요
평소 우리의 흑백논리에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본것 뿐이다
세상에는 일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놀기만 하는사람
세종류가 있다고 누군가 이야기 했다

사물을 폭넓게 사고하고 미리 계획하고
세상인심에 대한 객관적인 사고를 견지 하면서 살았다면
경솔한 이혼이나
거기다 남편 버릇 고치기식의 이혼은 피할수 있지 않았나 너무도 아쉽다

아무튼 빈대 한마리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 친구에게 위로의 말이 너무도 궁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