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07/08, Hit : 7169
제목    양아치는 양아(洋兒)치일 뿐이다
작성자   이선




양아치는 양아(洋兒)치일 뿐이다

얼마전까지 조폭 영화가 극장가를 휩쓸더니 이젠 한 술 더 떠 양아치까지 주연으로 등장한다. 양아치란 무엇인가? 일부에선 거지를 뜻하는 '동냥아치'에서 '동'이 떨어져 '양아치'가 되었다고 하는데 거지와 양아치는 기본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거지는 땅거지라는 말과 같이 땅에 떨어져 버려진 음식물을 주워먹고 살거나 구걸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적어도 거지는 폭력이나 협박 또는 도둑질과 같은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걸식하지는 않는다.

거지는 사회에서 소외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몸이나 정신에 이상이 있어 버림받은 사람들이거나 일반적 사회적응에 실패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거리인 즉 걸인이 된다. 거지도 등급이 있다. 각설이패와 같이 춤이나 노래를 주고 밥을 얻어 먹는 부류(요즘은 거리의 악사라고도 한다)와 그렇지도 못해 카오디오를 조립해 밀면서 음악을 틀어주고 동전을 받는 사람도 있다. 이마저도 밑천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한 사람들은 바구니 하나 앞에 놓고 그저 엎드려 적선만 기다려야 한다.

양아치는 무엇인가? 깡패와 양아치는 동격이다. 양아치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고 그 힘으로 실력행사를 하는게 조직폭력이고 조폭이다. 그 옛날 등짝에 망태를 메고 재활용품을 줏어 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일부가 나쁜짓을 했기에 양아치란 오명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그들은 사회 재적응을 위한 재건대의 단원들이었다. 양아치란 신체 멀쩡한 또는 너무나 건장한 사람이 공갈협박과 폭력으로 남을 등처 먹으며 쉽게 세상에 얹혀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양아치는 사회 쓰레기 기생충의 다른 이름이다.

양아치라는 말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양'은 서양을 줄여 부른 양(洋)이고 '아'는 아이를 뜻하는 아이아(兒)다. 치는 말 그대로 특정 부류를 뜻하는 통칭이 된다. 정리하면 양아치란 '양놈의새끼들'이 된다. 외세를 배척하던 시기, 양이(洋夷)라는 말로 서양오랑캐를 지칭하긴 했어도 어떻게 욕이 들어간 양아치란 말까지 나왔을까? 말에는 역사가 숨어있다. 한번 따져 보자.

우리의 근세 역사에 양요(洋擾)라는 정변이 있다. 양요란 말 그대로 서양인들이 들어와 나라를 시끄럽게 한 사건을 말한다. 크게 프랑스 함대에 의한 병인양요가 있고 미국함대에 의한 신미양요가 있다. 병인양요는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에 의해 프랑스 신부 9명이 순교하면서 이를 핑게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점령했지만 사실은 조선에 대한 선점이 목적이었다. 이들은 호랑이를 잡는 조선포수들의 정확한 사격솜씨에 놀라 물러갔지만 강화도 외규장각의 소중한 문화재들을 약탈해 갔다. 제너럴셔먼호에 의해 촉발된 신미양요도 목적과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두 사건은 양아치의 어원이 된다.

일제가 아시아를 유린하면서 내세운 모토가 '대동아공영'이다. 서양 오랑캐로부터 아시아를 지키고 같이 번영하자는 의미다. 그러나 이 말은 서양으로부터 배운 식민지 도둑질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작일 뿐이다. 서양인들은 대포를 장착하고 증기기관으로 항해하는 거대한 군함과 신식총으로 무장한 그들의 군세에 세계의 대부분이 식민지화되고 생산 물자들은 수탈된다. 심지어는 사람을 끌어가 노예로 부려 먹는다. 물자교역이라는 헛된 말로 속임질을 하지만 광물과 곡물을 빼앗고 노동력을 착취당한 댓가로 아편을 주는것이 교역이란 말인가.

지금도 양이의 양아치짓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지구 역사 초유의 자작극 911을 통해 대테러전쟁이란 명분을 만들어 신식민지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지구의 한쪽에선 석유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한쪽에선 냉전을 촉발시켜 MD라는 허울로 군수물자 수출을 획책하고 있다. 세계 질서를 유린하는 초법적 강도짓을 하고 있다. 자기편이 아닌 가난한 애들은 왕따시켜 아사시키는 짓을 한다. 부잣집 애들한테는 엄청남 이윤으로 장난감을 강매한다.

양아치라는 말은 대단한 모욕이다. 놈들과 같은 짓을 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 생각없이 패션쇼핑몰 이름을 양아치라 하고 영화제목과 내용을 양아치로 채우는 짓은 삼가하자. 양아치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깨닫고 이 말을 양아치짓을 하는 그들에게 되돌려 주자는 말이다. 양아치는 말 그대로 양아(洋兒)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