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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06/08/10, Hit : 73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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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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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의 실미원 방문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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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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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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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여름방학은 왔다.
선생질한다고 늘 바쁘게 생활하는 마뉼 때문에
일년 내내 찬밥 신세처럼 잘 얻어먹지도 못하고
흡사 내몰리듯 팽(烹)만 당하던 난데,
년중 두번 돌아오는 방학기간이 나에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야호 "시즌이다.
왜냐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멸치를 푹 우린 국물에 말아주는 잔치국수정도야 수시로 맛볼 수 있고
매운 고추 팍팍 썰어 넣은 미나리 찌짐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납작만두하며
밥 한그릇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게 하는 붕어쪼림 등등...
각종 영양식과 간식들을 방학만 되면 아랫배가 그득하도록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먹거리의 대부분을 백화점에서 사 먹을 수밖에 없고
큰솥에 국을 끓여 지겹게 먹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방학동안만큼은 모든 것을 마뉼이 직접 만들어 준다.
김치를 담그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는 김을 사서 소금기름에 일일이 발라 구워주기까지 한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런 맛들에 내 입맛은 기똥차게 길들어져 있다.
그래서 방학이 오면
나에게는 황금시즌이 도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나는 속으로 휘파람을 분다.
그런데 올해는 방학중 과학연수를 한답시고 서울에 있는 기상청으로 3일간 연수를 가야 한다며
방학 시작과 동시에 서울 갈 봇짐을 싸고 있었다.
마침 인천에 딸내미가 있어 그곳에 숙소를 두고
매일 서울로 출퇴근을 하겠다며 미리부터 배수진을 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낭군 홀로 대구에 남겨두게 되면 혹시 굶어 죽을지 모른다며 색시 따라 서울 가자고 주장하는 속셈은
은근슬쩍 아침, 저녁 인천서 서울까지 출퇴근시켜달라는 저의가 깔려 있었다.
모계(母系)가 강력하게 나오면 부계(父系)는 힘이 없다.
그러잖아도 늘 공짜로 받아만 먹는 처지에 그마저 거절했다간 방학 내내 오만 잔소리 다 듣게 될 것은 뻔하다.
방학이라는 것이 날이면 날마다 오는 찬스도 아니고
잘못했다가는 지 발로 찾아 온 황금시즌이 도로아미타불될 수도 있기에
아무리 스튜디오 일이 바쁘더라도 출퇴근 운전부역에 응할 수밖에 없는, 빼도 박도 못하는 필수사항이 되고 말았다.
더운 여름의 운전 디모도(?)는 요즘 흔히 말하는 백수들의 셔터맨과 같은 역할이다.
대구토박이 촌념인 마뉼이 서울과 인천의 지리를 알 턱이 없다.
따라서 내가 개입하지 않고는 출퇴근이 무리인 것은 사실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기상청까지 모셔다 주고
저녁에 다시 인천으로 모셔오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타고 내릴 때 상전 모시듯 잽싸게 내려 문만 안 열어줬을 뿐이지
그야말로 노가다(?)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특히 출근시켜주고 낮 시간에는 할 일없이 서울시내를 종일 배회해야 하는 대기시간이 나에겐 고역이었다.
푹푹 찌는 삼복더위도 문제였지만 시간땜을 하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 청계천, 종로일대는 물론이고 난생처음 인사동까지도 기웃거렸다.
또 남대문 시장을 배회하다가 메모리 충동구매도 했고
아이스크림 집, 커피집 등에서 마신 물값으로 배는 남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지겹게 돌아다니다가 더위에 지치면
신세계백화점에 들어가 시원한 휴게실 의자에서 꼬박꼬박 졸기도 했던 낮시간 땜이 제일 지겨웠다.
그러나 3일 동안 한 노가다의 대가는 짭짭했다.
기상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로동에 있는 패션아울렛 매장으로 끌려가서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깨끗하게 마무리를 받았다.
대충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고 딸내미와 둘이서 추켜 세우기 바쁘다.
또 특별 보너스로 내일 무의도로 박(泊)여행을 떠나는 행운까지 챙겨 주겠다고 했다.
살아 움직이는 네비게이션인 나도 잘 모르는
무의도 여행정보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곳에는 실미도를 포함해서 구경거리가 많다며
딸내미와 같이 침이 튈 정도로 자랑하기 바빴다.
원래는 백령도 구경을 시켜줄려고 했는데 그곳까지 가는 뱃삯이 너무 비싸, 싼 맛에 무의도를 선택했다고 한다.
백령도 구경을 못 시켜 줘서 미안하다며 내일 떠나자고 했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종일 운전할 사람이 필요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쩌겠는가...? 데리고 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아무런 예약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박(泊)여행은 내가 워낙 즐겨 사용하는 방법인지라 이제는 가족들도 제법 적응이 되어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자!"는 사인만 떨어지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차안을 아늑한 침대차처럼 개조를 해, 달리면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는 캠핑 카로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휴가 때는 마뉼과 둘이서 이 차로 전국을 투어 했는데 생각보다 편했던지
개조한 내 차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아직은 없다.
다만 두 명은 그런 대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2인용 잠자리의 한계 때문에 무리다.
다행히 큰 념은 서울서 고시공부 한다고 자진해서 빠졌지만
잡티처럼 끼이겠다는 적은념이 이번 여행에 영 걸리적거렸다.
사호인(www.sahoin.co.kr) 동호회 홈페이지에 무의도로 여행을 간다고 글을 올렸더니
마침 내 글을 본 땡모(http://thankmo.com)께서
평소 인터넷 상에서 절친하게 지내는 그곳의 한 농부를 소개해 주었다.
무의도가 고향인 신순규(申淳奎·47)씨 부부로 무농약으로만 십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라고 했다.
실미도가 코앞에 내려다보이는 국사봉 언덕 아래 수만 평을 일구어
실미원(www.silmiwon.net)이라는 제법 규모가 큰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전화를 했더니 실미원 홈지기인 장명숙(도빈맘)님께서 반가워하기는 했지만
멀리서 귀한 손님이 오는데 한창 휴가철이라
방 예약은 이미 끝난 상태라며 방 걱정을 하고 있었다.
딸과 마뉼은 차안에서 자면 되고 나는 새우잠을 자더라도
하룻밤만 끼어 잘 수 있는 방이면 좋겠다고 했더니 일단은 무조건 와 보라고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무의도로 들어가기 위해 인천 딸내미 집에서 전날을 보내야 했다.
딸내미 집은 8층 꼭대기 측면 끝쪽의 오피스텔이라 집안으로 들어서자 방안의 열기가 대단했다.
숨이 콱 막힐 지경이었다.
콘크리트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복사열 때문인지
에어컨을 파워냉방으로 틀어놔도 열기가 좀처럼 식질 않았다.
그날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인천의 밤이 될 것 같았다.
어차피 내일 떠날 휴가라면 오늘밤 무의도 바닷가에서 노숙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지금 떠나 더위를 피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선착장에 전화를 했더니 성수기에는 밤9시까지 배를 띄운다고 했다.
아무래도 오늘밤 열기를 무사히 넘기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급하게 보따리를 챙기게 하고 해가 질 무렵에야 무의도 행을 결심했다.
무의도로 가기 위해 월미도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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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무의도를 가기 위해서는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인천서 영종도까지는
1)육로인 영종대교를 거처 가는 길과
2)인천 월미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로 가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는 인천서 영종도까지 배를 타기로 했다.
물론 뱃길을 이용하는 두 섬에는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갈 수 있다.
월미도에서 영종도까지는 30분 간격으로 카페리를 운행하는데
승용차는 운전자 1명포함 해서 편도 6,000원 사람은 어른 1인당 2,000원의 뱃삯을 받았다.
영종도까지 운행하는 카페리호 갑판위에서는
승객들이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유혹하는 장면이 운행하는 20여분동안 줄곧 눈앞에서 펼쳐진다.
영종도 선착장에 내려 경치좋은 해변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광활하게 펼쳐진 서해안 갯벌과 수없이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의 비행기들을 볼 수 있다.
지루하지 않은 20여분동안 천천히 달리면 잠진도 선착장이 나타난다.
이곳이 무의도 가는 뱃길이 있는 곳이다.
월미도 선착장과는 달리 여기서는 해로가 아니면 육지로 나올 방법이 없어 왕복 뱃삯을 들어갈 때 미리 다 받는다.
하루에 두번 빠진다는 썰물에도 육로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승용차는 21,000원 사람은 1인당 2,000원을 받는다.
엎어지면 코 닿을 것 같은 곳에 섬이 있는데 다른 곳에 비해 뱃삯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 같았다.
어쨌거나 인천의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온 내 식솔들은 깜깜한 밤 무의도에 도착했다.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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