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차 필요없습니다."
"그럼 헬리곱터를 대기시키라 할까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비상지하통로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비상지하통로요?"
"청와대에서 관악산까지 연결 된 비상통로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아니 그런 극비사항을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단군의 빛 연구실이 관악산의 대통령 집무실에 있습니다."
"허허!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좋아요 일단 가 봅시다."
"비서실장! 경호실장 들어 오라고 하시오"
관악산에 지하 벙커를 건설하면서 유사시 비상 탈출을 위해 청와대에서 관악산까지 지하 통로가 개설되었다. 지하 통로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완공 되던 1974년에 공사가 시작되 5년 후인 79년 10월 26일에야 완공되었다. 공사기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는 폭이 좁아 중장비를 동원할 수 없었고 한강 아래를 통과하면서 배수와 방수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외부 민간의 전문 인력없이 국방부 건설과장의 지휘하에 수방사 직할공병대대의 부대원들만의 피와 땀으로 건설된 터널이다. 박정희정권 당시 차지철의 지시로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공교롭게도 둘 다 탈출로가 개통되던 그 날 비명횡사했다.
비상탈출로는 청와대 지하 3층에서 시작되 완만하게 하강한 후 관악산의 지하 벙커 10층의 대통령 비상 집무실 바로 아래층으로 연결되게끔 설계되었다. 터널 바닥에는 모노레일을 깔아 전동객차와 화물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탈출 방향으로 완만한 경사를 갖게 한 것은 전동차의 구동장치가 고장나도 자동감속기에 의해 완만하게 하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관악산에 지하 벙커를 만든 것는 북한의 170미리 자주포와 240미리 방사포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와 같은 장사정포들은 그 유효 사거리가 수원까지 해당되기 때문에 수도 서울을 삽시간에 초토화시킬 수 있다. 그 만큼 남한에겐 큰 위협이고 두통거리다. 정부 제2종합청사가 관악산 뒷쪽에 자리잡은 이유도 방사포의 직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고 지하로 비상탈출로를 개설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지하벙커의 상부에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있어 그야말로 철통같은 요새라 할 수 있다. 벙커의 입구는 무기고와 동일한 20미터 콘트리트문이 설치되고 내려가면서 겹겹이 철문이 있어 지상에 핵폭탄이 작렬해도 끄떡없도록 설계되었다. 10여층으로 구성된 벙커는 유사시 상층부에는 통합사령부가 들어서고 하층부에는 종합청사와 청와대가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아래 10층에 500여평의 대통령 임시 집무실이 있고 그 자리에 단군의 빛 연구실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경호실장의 안내로 지하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운전석에는 이번일의 보안을 위해 경호실장이 직접 탑승했다. 24인승 단일객차에 박철웅위원장이 먼저 오르고 뒤따라 대통령이 올라 나란히 앉았다. 뒤편에는 비서실장이 탑승했다. 사실 이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대통령은 역대대통령중에 노무현대통령이 처음이었다. 드디어 객차가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해 일정속도에 올랐다.
"소음이 거의 없군요."
대통령이 분위기를 깨듯 한 마디 던진다.
"예 대통령님 지하라 온도변화가 없기 때문에 레일에 이격을 둘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레일의 이음 부분을 서로 용접하고 그라인더로 깨끗히 갈아내 하나의 레일과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기차와 같은 소음이 없다고 합니다."
그동안 훈련차 몇 번 이용했던 경호실장과 같이 이용했던 비서실장이 아는체를 하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사실 그 산소용접 때문에 공병들이 고생을 많이 했답니다. 일부 병사는 병을 얻어 의가사 제대를 하기도 했구요."
"저런 그랬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라에 전쟁이 터졌다고 해서 대통령이 몰래 수도 서울을 빠져나가서야 되겠습니까?"
"대통령님! 이제 곧 얼마 안 있으면 작전지휘권이 UN군에서 우리 국군으로 넘어 옵니다. 대통령님은 군최고통수권자이십니다. 전시 지휘를 위해서라도 미국처럼 안전벙커가 필요합니다."
"그래요 전시 작전계획이야 나도 달달 외우고 있어요."
"북한의 장사정포들이 서울을 포격하면 청와대에 꼼짝없이 갇히게 됩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터널을 만든겁니다."
비서실장이 이 말을 하면서 박철웅위원장의 눈치를 슬쩍 살핀다. 둘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박철웅위원장이 비서실장을 슬쩍 돌아보며 한 마디 한다.
"비서실장님! 이제는 북조선과 남조선간의 전쟁은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박철웅위원장이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표정이나 애써 자제하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드디어 미니 전동객차가 지하벙커로 진입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