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08/19, Hit : 7626
제목    [IT소설] 1-6 비밀프로젝트 '아리아'
작성자   이선



비밀프로젝트 '아리아'

관악산 지하벙커 플랫폼에는 미리 연락을 받은 수도방위사령관 이세창중장이 또 한명의 초로의 신사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드디어 청와대에서 출발한 전동객차가 전조등을 밝히며 들어서고 이세창사령관이 급하게 다가가 객차 문을 연다.

"충성! 중장 이세창 대통령님께 인사드립니다."
"아 예 안녕하셨습니까? 지휘봉 드리고 처음이네요."

취임 초 이세창중장을 발탁해 수도방위를 맡긴 후 사석에서는 첫 대면이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남궁의원님 아니세요?"
"예 대통령님 반갑습니다. 어서 오십시요."
"아니 의원님께서 어떻게 여기에---"

남궁 석 전국회사무총장이다. 삼성데이타시스템을 경영하다 '문민의 정부'에서 장관으로 발탁된 뒤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참여 정부'에서는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지만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던 대통령은 아직도 그를 국회의원으로 기억하고 있다. 곁에 있던 박철웅위원장이 말을 받는다.

"대통령님, 고려연방준비위원회 기술고문이십니다."
"아 예, 아무튼 반갑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예 대통령님 배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자 이제 들어가시지요."

이세창사령관과 남궁 고문의 안내로 일행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층의 대통령 집무실로 올라 간다. 집무실이라기 보다는 온갖 편의 시설을 다 갖추고 있어 작은 청와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일행이 모두 소파에 좌정을 하고 사령관이 직접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를 내 온다.

"대통령님 아무래도 고려연방준비위원회에 대해서는 남궁 고문님께서 설명드리게 나을 듯 싶습니다."

박철웅위원장이 대통령과 남궁고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설명을 양보한다.

"그러세요 고문님, 이 일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겁니까?"
"예 대통령님! 그 간의 사항을 소상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극비사항으로 묻어 두셨으면 합니다. 여기 계신분들외에 그 어느 누구도 일체 알아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남궁고문이 전체 배석 인물들과 하나 하나 눈을 마주치며 다짐을 받는다. 모두들 입을 한번씩 힘주어 꽉 다무는 표정으로 그 요청에 동의를 보낸다.

"전 김대중대통령님이 북한을 방문하신적이 있지요."

그 어느 누구도 침 삼키는 소리마저 조심하며 남궁 고문의 이야기에 몰입한다.

"그 전에 북한에서 국정원으로 비밀 접촉이 있었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을 극비리에 보내 달라는 요청이었지요. 대통령의 최 측근과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를 함께 보냈으면 한다는 주문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 비밀통지는 바로 대통령께 보고가 되었고, 의심스러웠지만 당시 대통령께서는 민족의 화해와 북한과의 통일 방안 연구에 자신의 일생을 바쳤던 분이기에 아무 조건 없이 응낙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김대통령께서 직접 적임자를 선임했습니다. 최 측근중에 당시 박지원 문화부장관이 발탁되었습니다. 혹시 북한 방문이 탄로나도 남북간 문화 교류를 협의하기 위해서라고 둘러대기도 쉬웠구요. 그 다음 제가 발탁이 되었구요. 실은 대통령께서 정통부장관이던 저를 불러 상의를 하셨는데 제가 자원을 했지요."

"그때 방북 루트를 국정원이 계획했는데 프로젝트명을 '아리아'로 정했습니다. 왜 'G선상의 아리아'라고 있지 않습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북간의 첫 조율이랄까요. 아리아란 암호명이 얼마전 국정원에 의해 국가암호알고리즘 이름으로 정해졌더군요. 국정원 요원중에 그 당시 프로젝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아리아 프로젝트를 통해 박지원장관은 중국을 통해 신의주로 해서 비밀리에 평양으로 가고 저는 러시아를 경유해 평양으로 들어가 합류했습니다."

"곧 바로 주석궁으로 안내되어 들어갔습니다. 김정일위원장이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사실 배짱이 센 박지원장관이나 저나 다리가 후들거릴정도로 떨렸었거든요. 거기 배석자중에 한 분이 여기 박철웅위원장입니다. 바로 요점으로 들어가 김책공대의 김영철교수에게 '단군의 빛'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들었습니다. 물론 거기서 단군의 빛으로 만든 광통신 시스템의 성능까지 확인을 했구요. 정말 놀라웠습니다. 김영철교수가 설명하는대로 단군의 빛을 이용해 광프로세서를 개발한다면 유럽에서 발명된 증기기관만큼이나 획기적인 일이 됩니다. 세상이 바뀌는 것이지요.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도 들었습니다."

"이미 북한 내부 조율이 있었던지 김정일위원장이 즉석에서 '북조선과 남조선이 공동으로 개발합시다'라고 제안을 하더군요. 그날부터 바로 북한의 국가계획위원회 국장이었던 박철웅위원장과 회담에 들어갔습니다. 남북한간 첫 장관급회담이랄까요? 허허"

대통령보다 한참 더 연상인 남궁 고문은 그 특유의 달변가답게 이야기를 매끄럽게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은 그의 이야기에 거의 빨려들어가듯 이제는 소파 끝에 간신히 엉덩이만 붙이고 바싹 다가들어 경청하고 있다.

"회담의 요지만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개발은 남한에서 공동으로 추진한다. 둘째, 생산은 북한에서 한다. 셋째, 개발 기술의 지적재산권과 제품의 판권은 공동으로 가진다. 큰 틀은 간단했지만 세부 시행 계획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일단 운영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운영위원회 명칭은 크게 민족 공동의 번영을 위한다는 의미에서 '고려번영추진위원회'로 정했다가 나중에 남북한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을 고려해 '고구려연방준비위원회'로 개칭했습니다. 위원장은 박철웅국장이 맡고 제가 기술분야와 차 후 경영분야의 고문을 맡기로 했습니다. 박지원장관은 남북교류에 대한"
"비밀합의사항이 있었습니까?"

말의 중간을 치고 들어가듯 드디어 대통령의 첫 질문이 나왔다. 정상간의 비밀합의라 하니 궁금해할 수 밖에 없다.

"예 있었습니다. 순차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입국 후 남북한 핫라인을 통해 세부 사항들을 조율하고 최고 당국자간에 조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김대중대통령님의 방북이 성사된거군요."
"그렇긴합니다만, 김대중대통령께서는 이 일이 아니더라도 그 전에 남북한 정상회담을 차근히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박정희부터해서 YS까지 역대 대통령들 대부분 남북관계개선과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전격적으로 단행한 결단에 대해서는 경외스럽기까지 합니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이 공동 서명한 '6.15 남북 공동성명' 이전에도 박정권 당시의 '7.4 남북공동성명'은 획기적이었다. 남북한 모든 국민을 통일이란 희망에 들뜨게 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남한의 일방적 파기와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으로 대변되는 북괴타도정책으로 남북관계는 전시에 준하는 험악한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전두환이 남북공동회담을 제의하긴 했지만 무시됐고 이 후 YS와 김일성의 회담이 성사될뻔 했지만 김일성의 돌연사로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YS가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남북관계는 과거로 회기하고 말았다.

"당시 남북회담은 전 세계의 뉴스꺼리가 됐고 모든 나라가 주시하고 있었지요. 특히나 미국에서는 신경과민적으로 모든 정보기관을 통해 정보를 캐려하고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남북교류와 점진적 통일 방안을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아주 구체적인 계획까지 입안되었습니다. 철통같은 보안이 필요했습니다."

"고구려연방준비위원회와 관련된 대부분의 중요 사안은 순안비행장에서 평양으로 가는 사이에 논의되고 합의됐습니다. 김정일위원장의 의전 차량이 가장 안전했었으니까요. 차 안에서 최종 비밀합의문이 다듬어져 휴대용 프린터로 출력되고 서명까지 이루어졌으니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지요."

"세부 계획으로 연구실은 미군의 통제권 밖에 있는 수방사내 지하벙커 이곳으로 정해졌습니다. 북한의 연구원들이 중국교포로 위장해 입국을 했고 제가 연구물자를 조달했습니다. 생산공장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개성공단을 만들어 한국의 기업들이 입주하게 했습니다. 더불어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했지요. 이런 일련의 대북사업들을 햇볕정책이라 이름 붙인것도 남북교류가 중단되면 추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고구려연방준비위원회에서의 첫 사업이 '단군의 빛'을 개발해 상품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임 대통령께서 추진하신 일이지만 어떻게 후임인 제게까지 그렇게 감쪽같이 비밀로 할 수 있는건가요"

대통령이 조금은 섭섭했는지 속내를 드러낸다.

"그 당시 관련자들간에 모종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자체가 극비리에 진행되야 하고 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모든것을 극비로 해야했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이나 박지원장관조차 자신들의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이후에라야 남한의 후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위원장에게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남쪽에는 한가지 조건을 더 붙였습니다."
"그 조건이 뭡니까?"

대통령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것은 대통령의 성향입니다. 우선 '진보적이면서도 민족주의적인 성향의 대통령이라야 한다'이고 두번째는 김대중대통령과 같이 '민족통일의 숭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남북공동발전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분이라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아 그랬군요. 이제 이해가 갑니다."

남궁 고문의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박철웅위원장이 말을 이어 받았다.

"대통령님! '단군의 빛'이 발견되고 그 이론이 실제로 구현되기까지 6년이 걸렸습니다. 참으로 길고 지루한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이제 그 영광된 빛을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