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12/13, Hit : 7574
제목    피난준비
작성자   이선

오늘 오후 문화재청으로부터 기다리던 피난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주 구두 협의가 있은 후로 틈틈이 이사준비를 한 덕에
큰 혼란없이 내일 새벽 곧 바로 피난길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일 일차적으로 소개되는 닭은 올해 선발된 종계 400마리입니다.
수탉 50마리와 암탉 350마리 정도가 되겠죠.
목적지는 경기도 의정부.
소요산 자락에 있는 개인 농장입니다.

16일(토)에는 2005년 선발된 종계 3백 마리가 인천 무의도로,
19일(화)에는 2004년 선발된 종계 3백 마리가 경북 봉화로
각각 피난을 갈 예정입니다.

지난 2003년 말 AI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후로
매년 이맘때만 되면 불안에 떨어야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고민 끝에 지난 해 12월 인천 무의도로 종계 서른 세 마리를 피신시킨 후
뜻 있는 분들의 배려로 전국에 모두 131 마리를 분산시켜 놓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위험 반경 내에 AI가 침투한다면
이 정도 숫자로는 혈통보존 사업이 매우 큰 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겠죠.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분산대책을 마련해주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오후에 이사짐을 챙기는데, 사람 사는 일만 복잡한 줄 알았더니
닭 살림도 이것저것 챙길 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사료, 모이통, 음료수에 타줄 홍삼액, 소독용 목초액, 소독용 분무기,
깔짚용 왕겨와 숯, 알낳는 둥우리, 알걷는 판, 택배용 알박스(부화용 알을 택배로 받아야 함)
사료 퍼줄 바가지, 사료 담는 통...

제일 번거로운 일거리는 이곳에서 닭들이 먹을 사료 배합해서 택배로 보내주는 일과
피난처에서 낳은 알을 택배로 받아서 부화하는 일일 것 같아요.
아무래도 택배과정에서 사료포대가 터질 수도 있겠고, 알이 깨지는 불상사도 발생하겠죠.
또 알의 보관온도가 맞지 않아 부화율도 낮아질 게 뻔하지요.

종계들이 피난 가 있는 동안 네 집 살림 하려면 몸은 좀 고단하겠지만,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기보다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를 하는 게 한결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찍 자둬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편안한 밤 되시길... zzz

(아래 사진은 현지에서 쓸 홰를 제작하는데 참고하시라고 올린 것입니다.)

홰- 정면

스탠드식으로 해야 닭들이 홰에 오르기도 쉽고
암탉이 위급할 경우 피신하기도 좋습니다.
수평식으로 하면 닭들끼리 몸이 겹치게 되어 불편합니다.


홰- 측면


홰- 부분(확대)

나무로만 하면 닭의 무게 때문에 부러지거나 휘어져서 금방 못 쓰게 됩니다.
여기서는 이음새 부분에 각관을 대주었어요.

-鷄母 이승숙
강만호   [2006/12/14]
피난 준비로 바쁘시군요. 이런 환경이 되지를 않아야 하는데 안타깝군요. 산안마을에서는 닭들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홰도 닭의 발에 알맞게 둥글게 편안하게 잡을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을 합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