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12/15, Hit : 7989
제목     조류독감 여파로 긴급피난 나선 오골계
작성자   이선




(논산=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내년 3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국내에서 사육중인 오골계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기념물(265호)로 지정된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지산농원 오골계가 14일 오전 경기 동두천 소요산 자락으로 긴급 피난길에 올랐다.

오골계 피난작업은 최근 전북 익산.김제지방에서 발발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북상할 경우 천연기념물인 오골계가 멸종할 수 있다고 판단한 문화재청이 멸종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AI가 발발한 전북 김제와 익산을 경유하는 23번 국도가 연산에서 가까운 연무를 통과하고, 익산에서도 불과 30여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만약 AI 반경에 들 경우 모두 도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종족 보존을 위해 부득이 피난길에 오른 것이다.

지산농원 오골계는 지난 2003년 AI사태 이후 면역성 강화를 위해 참숯목초액과 함께 현미와 숯, 황토, 미네랄(제오라이트), 지렁이 등 인근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특수사료를 먹이며 AI에 대비해왔으나, 농원 인근 1km 지점에 대규모 육가공 업체와 계약한 양계 농가가 있어 이날 피난은 불가피한 조치였다.

특히 지난 1981년 경남 양산의 한 농가에서 사육중이던 오골계가 전염병으로 인해 전량폐기된 전례가 있어 문화재청의 강력한 권고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지산농원에서 사육중인 3천여 마리의 오골계 가운데 피난길에 나서는 것은 고대부터 내려 온 오골계의 외형과 특성들을 완벽하게 지닌 오골계 종계들로, 이날 동두천으로 떠난 400여마리를 비롯 경북 봉화 300마리, 인천 무의도 300마리 등 모두 1천여마리에 이른다.

오골계들은 피난처에서 양계장이 아닌 비닐하우스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1주일 정도 갇혀 지내야 한다. 그러나 예민한 오골계의 특성상 낯선 곳의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폐사하는 등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승숙대표는 "오골계들이 생활할 곳에 숯과 왕겨로 된 깔 집을 깔아주고 밥통.물통도 모두 챙겨줘야 하는데 피난처에는 마땅한 시설이 없어 모두 공수하기로 했다"며 "사료와 알을 택배를 통해 공수할 예정이지만 동절기의 경우 알을 신속히 걷어주지 않으면 얼어서 터져버리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를 열면 오골계들이 놀다가도 내 품으로 안겼었는데, 이렇게 빈 우리를 바라보니 마음이 착잡하다"며 "피난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농장을 찾아 오골계 분산배치 과정을 지켜본 문화재청 관계자는 "AI가 발생한 익산과 김제가 논산과 가깝기 때문에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며 "위험이 덜한 3개 시.도로 분산하는 것이 천연기념물인 오골계의 종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오골계의 분산과 4개월간의 사육비 등에 드는 비용 등 총 1억8천만원을 국고지원할 방침이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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